수술을 마치고, 다시 X-ray를 찍고 수술 경과 설명을 들으며
'수술은 정말 잘 끝났어요, 뼈 부러진 것도 깔끔하게 부러져서 잘 붙였어요'
이 말을 듣고 그동안 머리속에서 나를 괴롭히던 잡념들이 잠깐은 정리가 되었다.
다리에 커다란 나사가 2개 작은 나사가 2개 아주 이쁘게 박혀있다.
이제는 수술은 잘 끝났으니 시간과의 싸움이다.
뼈가 붙기까지의 시간, 타건이 내 몸과 합체하는 시간 그리고 다시 운동 능력을 찾기까지 재활의 시간
지금까지 나의 삶을 돌아보면 참 빠르게 움직였던 것 같다.
스스로 속도가 참 늦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지금도 동일하다.
그렇기 때문에 남들과는 시간을 다르게 써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렇기 때문에 내가 줄일 수 있는 것들을 줄이며 살았다.
잠을 줄이고, 이동시간을 줄이고, 이동 중에도 뭔가를 하기위해서 때로는 정신없이 살았다.
그러던 나에게 갑자기 찾아온 긴 시간은 참 좋으면서도 답답했다.
지금까지의 일상은 새벽 운동 출근 일 퇴근 저녁 운동 집 이런 단순한 루틴 속에서 반복되는 삶이었는데
이제는 병원에서 드레싱 하는 시간, 주사 맞는 시간, 진료 받는 시간을 제외하곤 작은 침대 위에서 모든걸 해결하는 삶이다.
운동하고 움직이는 시간을 다른 것들로 치환하는게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더 일에 집중하게 되고, 책을 보게 된다.
하지만 뭔가에 집중 할 만 하면 다리에서 나를 막 부른다.
혼자 커튼친 침대에 누워있으면 참 많은 생각을 한다.
운동하고 싶은 생각, 출근해서 일하고 싶은 생각, 씻고 싶은 생각
참 별거 아닌 일상인데 그런 일상들이 그리워진다.
재활이 끝나고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면 지금 느끼는 이 일상의 소중함과 그리움을 잊고
또 출근하기 싫고, 운동하기 싫고 그런 감정이 생길 것이다. 분명히
그렇기에 이렇게 기록을 해놓는다.
내가 지금 간절히 바라는 그 일상이 지금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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