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 좋은 날

글쓰며 놀기 2024. 8. 14. 20:44

"김첨지는 오늘따라 이상하게도 기분이 좋았다. 평소와 다르게 손님이 끊이지 않고 이어져,

오랜만에 넉넉한 수입을 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늘은 맑고, 바람도 상쾌하여, 마치 이 모든 것이 자신을 위해 준비된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그에게는 이 모든 행운이 불길한 징조처럼 다가오는 것이 이상하게만 느껴졌다." 

 

 

 평소보다 잠을 잘 잤고, 평소보다 운동이 너무 잘 됐고, 회사에서 일도 너무 잘 됐다 심지어 퇴근 후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는 미팅조차도 너무 좋았다. 김첨지와는 다르게 나는 이 모든 행운들이 앞으로의 나의 일기장을 채우는 좋은 소재들이라고만 생각했지 이상한 것은 전혀 느끼지 못했다. 

 

 모든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 예상치 못한 사고로 인해 무릎뼈가 부러졌고, 십자인대가 끊어졌다.

지금 까지 운동을 하면서 참 많이 다쳤다. 목이랑 허리를 빼고는 모두 부러져봤고, 모두 깁스도 해봤다. 그때는 어려서 그런가 큰 느낌이 없었는데 지금은 참 많은 생각이 든다.

 

 이제야 몸이 가벼워지고 있는데, 이제야 운동 퍼포먼스가 좋아지고 있는데, 이제야 뭔가 기회가 생기는거 같았는데.

바닷가에서 견고하게 쌓고 있던 모래성의 마지막 부분과 깃발을 꽂으면 되는데 갑자기 쓸려온 파도에 모래성 모두가 무너진 기분이다. 

 

 어떻게든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괜찮을 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다독인다. 

하지만 부정적인 생각은 하루에도 수십번씩 찾아와 내 머리를 헤집고, 내 마음을 마음껏 뒤집어놓고 사라진다. 

 

 어떻게든 정신을 다른곳에 쏟고자 일도 열심히 하고 있고, 그동안 읽고 싶었던 책들도 읽고 있고, 보고 싶었던 영화들도 찾아보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시간은 잘 가지 않는다. 인스타그램을 들어가면 운동하는 사람들의 운동 이야기로 가득하다. 그런 게시글을 볼 때마다 나도 모르게 마음이 어려워진다. 

 

 지금 내 감정과 생각을 기록해보고자 오랜만에 블로그에 글을 적는다. 앞으로 수술 이야기, 입원 이야기, 회복과 재활 그리고 다시 돌아오는 모든 이야기들을 적을 것이다.

 

 언젠가 내 삶에서 권태기가 찾아올 것이고, 언젠가 또 알 수 없는 현타가 찾아오며 나의 의욕을 모두 꺾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불평 불만이 가득하게 될 것이다. 삶에서 감사함을 찾을 수 없을 때가 올 것 이다. 

그때 이 글을 꺼내서 읽을 예정이다. 얼마나 절망적인 상황에서 어떻게 극복했고, 그렇기 때문에 지금 그 상황이 얼마나 감사한지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내 주변에 아무도 없다고 느낄 때, 이 글을 읽으면서 참 많은 고마운 사람들, 참 많이 좋아하는 사람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Posted by 산산무슨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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